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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MT를 다녀옴. 작년 포스트는 여기.
소규모 MT는 졸업생이 되던 해까지 갔던 기억. -_-
다녀오면 그제나 이제나 늘 밀려드는 묘한 공허함.
다음 해에는 안 가야지 싶다가도 내년에 다시 갈테고...
학생들은 교수가 MT에 오는 걸 어떻게 여길까...
다른 곳은 어떻게 할까... 다시 생각해봄.
한 시간 정도 학생들과의 만남. 여러 고민과 생각들.
왜 영문학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올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
굳이 사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듯해서.
전공에 대한 의구심,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우려 등등은
새로울 수 없는 화제들. 개인적인 것만도 아님.
여기에 자그만 도움이라도 얻을 수 있는 글 하나: 우리는 '이런 거' 왜 못 만드냐고? 일부 소개.
'미국식 교육'을 잘 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식 교육을 '돈 되는 실용교육'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역과 규모를 막론하고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 같이 뛰어난 인문학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첨단 기술연구로 알려진 매사추세츠 공대(MIT)는 훌륭한 철학, 언어학, 문학, 예술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수업을 들어야 한다.
[...]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실용주의가 발달했다는 미국에서 왜 '돈 안 되는' 교육이 대접을 받는 것일까?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저 돈만 되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문학 교육은 '고전 교육'이다. 고전(classic)이란 세월이 흘러도 의미를 잃지 않는 인류의 성과물을 말한다. 실무용 지식과 기술은 하루가 멀다고 변하지만, 소통능력, 비판능력, 윤리의식, 보편적 교양의 가치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문학적 기초가 있는 사람은 실무 지식도 쉽게 배운다. 쉽게 배울 뿐 아니라, 제대로 배운다. 제대로 배울 뿐 아니라, 그 지식을 올바로 쓸 줄 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교육을 투자에 비유한다고 하자. 당신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디에 투자하겠는가?
지금 한국의 기업과 정부와 대학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실무적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소통능력, 비판능력, 윤리의식, 보편적 교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장하는 '대안'은 죽어가는 인문학을 뿌리까지 없애고 그 자리에 단편적인 실용지식과 기술을 채워 넣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양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인문학에 존경심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미래 경쟁력의 토대인 창의력까지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문학적 비판 능력은 '남과는 다른 생각,' 즉 창의력의 토대가 된다. 인문학이 강조하는 윤리의식은 배려와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 전공생들이 걱정할 시간에 더 공부를 하든 경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나도 그렇듯 현실은 그렇게 늘 녹록치 않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