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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간과 사회READ 2018. 9. 1. 23:39
8월 폭염 중에 일에 집중하기 힘들 때 읽었던 책들. 우연히도 일본 대학교수들이 대중들을 위해 쓴 저서임.
논문을 주로 읽다가 이런 저서를 읽다보면, 여기서 더 안 들어가고 넘어가도 되나, 싶은 때가 있지만,
그 역시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이만이 가능한 저술 기법인 듯. 각 책 소개는 아래 링크 클릭.
첫 번째, 세 번째 책의 저자는 철학 전공, 두 번째 책의 저자는 종교학 전공.
다른 시각, 다른 초점으로 현대 일본과 세계적 흐름을 논의.
하지만 세 책을 가로지르는 공통 주제는 21세기의 인간을 새롭게 봐야한다는 점.
첫 번째 책 저자는 격변의 시대야 말로 철학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최근 철학 흐름을 조망한 후 IT, 바이오테크놀로지, 자본주의, 종교, 환경 문제를 철학적 사고로 다룸.
두 번째 책 저자는 어지간해서 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에 전통적인 가족의 유대관계는 지탱될 수 없음을
일본 현대 사회에서 발발하는 가족 간의 간병 살인을 짚어가면서 논의함.
세 번째 책 저자는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시대에 인간의 정의와 미래 유형은 현재와 매우 다를 수밖에 없음을
현재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혹은 예상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사례로 논의하면서 특히 뇌 다운로드를 강조함.
세계와 사회 내부의 갈등 및 불편함을 초래하는 문제는 그 종류만큼이나 원인이 다양하기에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새로운 변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얼마나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듯.
덧붙여 아래는 첫 번째 책의 앞부분에 나온 내용.
학계에 있는 이가 학계나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쓸 때, 강의실에서 교육할 때, 기억할만한 내용.
어떤 철학자 한 명의 학설을 상세하게 조사하는 것만도 그 작업량이 엄청납니다. 그러니 위대한 철학자의 학설을 조사할라치면 그 양이 어떨까요? 일단 이 길로 들어서면 과제는 무한대로 찾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학설에 관한 연구가 대량으로 축적되어 있다면, 그것을 조사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전문적인 연구를 할라치면 세세한 부분까지 집요하게 파고들며 논의를 전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 분야가 다르면 관련 연구자의 발표를 들어도 그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합니다. 철학적 지식이 모두에게 공유되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전공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폐쇄적인 지식으로 그치는 겁니다. 학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맡으면 아마도 자기가 전공한 철학자의 학설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하겠죠. 예를 들어서 일반교양 강의에서조차 칸드의 학설을 자세히 소개하거나, 칸트의 학설에 대한 다른 연구자의 해석을 비평하는 식이죠. 옛날 대학 강의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입니다.
철학 전공이 아닌 학생은 왜 이 학설을 배워야 하는지 영문도 알지 못한 채로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과연 철학 강의라 부를 수 있을까요? 단순히 철학 학설 소개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 듯싶습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연구자가 그저 학설을 설파하는 데만 그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정한 철학자라면 문제가 되는 사안(일단 '구체적 현장'이라 해둡시다)에 직면해 머리를 싸매가며 그것을 파악할 이론을 세워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어떤 철학자의 학설을 이해하려면 그 학설만 파고들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가서 그 사안과 씨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진짜 문제는 현장에 있기 때문이죠. 당연히 어떤 철학 학설을 이해하려면 그 철학자가 직면한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19-20)
개강 거의 D-1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