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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몇 개. 글 전문은 여기: 문사철이 밥 먹여주나’라니
박재완 장관은 지난 4월 25일 기자들과 만나 “현 정권 들어 기업에서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으며, 정규직 일자리도 늘고 있다”면서 “반도체나 휴대전화 공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대학에서의 ‘문사철(문학·사학·철학 전공) 과잉공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완 노동, 경향신문 2011년 4월 27일자)
과잉공급이라 함은 적정공급을 전제로 한 말인데, 그는 어느 정도를 적정하다고 보는 것일까.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킬 수 있는 무슨 데이터와 계산방법을 갖고 하는 말인가. 그게 아니고 막연하게 해본 소린가. 그렇다면 높은 청년실업률의 책임을 엉뚱하게 인문학, 나아가 인문학 전공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률이 낮아 대학에서 폐과되는 문사철 학과도 수두룩하다. 모든 게 학문 탐구보다는 실용을 먼저 따지는 세태 탓이다. (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 4월 28일자)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철학이 밥 먹여주나?”라고 묻는 사람에게 “당신은 왜 밥을 먹는가?”라고 반문한다. 기능주의자들은 이 “왜?”를 따지는 질문 양식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 그런 질문은 무용지물이며 무용의 질문은 전면 폐기, 명퇴, 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어떻게 돈 벌까”만 있으면 됐지 “왜”는 무슨 왜? 그러나 그 ‘어떻게’에도 질문이 따라 붙는다는 것을 그들은 잊고 있다. 사람은 살아야 하고 돈 벌어야 한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돈 버는가에 따라 인간은 인간이 되기도 하고 인간 이하가 되기도 한다. 인문학은 이 ‘인간 이하’를 거부하기 위한 질문, 가치, 기준, 사유이다. 이 근본적 질문을 폐기하는 사회는 ‘기본이 없는 사회’이다. 기본이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위기의 사회가 아닌가? 그런데도?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한국일보 1999년 3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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