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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신간 <생태페다고지>.
책 제목이 암시하듯, 생태 교육에 대한 제안을 단계적으로 제시.
아래 대목은 꼭 생태 교육과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교육이 왜 현재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앞으로도 당장 큰 기대를 할 수 없는지를 잘 지목하면서
전반적인 한국 교육의 문제점 지적.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대학 진학 이후로 미뤄둔 교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초등, 중등, 고등이라는 세 단계로 교육을 분류하고 있는데, 여기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한낱 고등교육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디딤돌 혹은 거쳐가기 정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한국 교육에서 인권과 평화 혹은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은 물론이고, 십대들이 학교에 다닐 때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도 대부분 대학 입학 이후로 연기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유예된다. [...]
그러나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자. 종종 인용하는 스위스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20%가 채 되지 않고, 선진국이라고들 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대학진학률도 대체로 이 정도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현재 8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서 실제로 중등교육 단계에서 배워야할 것들을 사실상 유예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고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있을까? 지금의 한국 대학교육은, 좀 미안하지만 한마디로 '험블'하다. 우리가 그렇게 십대들에게 인권도 뺐고 삶도 유린하면서 보내려고 한 그곳에는 정작 교육은 없고, '승자독식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벌 떠는 사람들의 전도된 취업 노력만이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많은 선진국들은 원칙적으로 그 나라의 성인들이 알아야할 것들을 중등교육 단계에서 대부분 교육하려고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의 국가들이 70-80% 정도의 중등교육 단계,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생태교육도 역시 중등교육 단계애서 최소한 생태적 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졸업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교육자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76-77)
이 유예의 파장은 사회 곳곳에서 생각보다 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