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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edford (1936-2025)SEE 2025. 9. 17. 00:38

https://thenewbev.com/blog/2016/12/kim-morgan-on-three-days-of-the-condor/ 배우의 죽음은 여운을 남긴다. 신기하게 외국 배우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스타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그렇다. 그래도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소위 성공한 배우인 경우, 아무래도 떠오르는 작품들이 더 있어서 그런지, 그 작품들과 얽힌 지난 세월을 더 반추하게 만든다.
큰 별 Redford가 돌아가셨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우연히 그가 대학교수로 출연한 Lions for Lambs (2007)의 한 장면이 생각났었다. 작품에서 그는 대학교수로 학생으로 출연한 Andrew Garfield와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다른 학생이 면담시간이 되었다면서 자신의 과제가 왜 C를 받았는지 설명을 들으면 좋겠다고 연구실로 들어오는 장면... :-)
아마도 그에게 처음 주목하게 된 작품은 초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서 무척 재미있게 봤던 The Sting (1973)이 아닐까 싶다. 무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이후 그의 대표작을 제대로 많이 본 건 아니다. IMDB에 가 보니, 그가 주연한 작품 중 대략 12~14편 정도만 본 듯. 그가 주연한 작품 중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All Is Lost (2013)인데, 벌써 12년 전 작품이다.
사실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Three Days of the Condor (1975)이다. 그의 대표작인지 모르겠고, 소위 명작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영화 상영하지 않지만 호암아트홀에 가서 이 영화를 혼자 봤다. 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검열이 있던 당시 우방국(미국)의 치부를 드러냈다고 이 영화가 상영금지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는 기사 때문에 궁금했을 수는 있다. 여하튼 나중에 유학 시절, 이 작품의 DVD를 샀고, 아직도 아주 가끔 몇몇 (비폭력적인) 장면을 본다. 이 작품에는 많은 뛰어난 배우들이 등장해서(특히 Faye Dunaway, Cliff Robertson, Max von Sydow, 그리고 John Houseman 등) 그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Redford가 연기한 인물 Turner의 언행과 세상관, 혹은 그 뭔가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 장면들을 때로 다시 보는 듯. Turner처럼 도시 한복판에서 전기 자전거를 탈 엄두도 못 내면서.
이처럼 배우가 연기한 인물은 어떤 영향을 준다. 그게 무엇이든. Redford가 선댄스 영화제를 만든 훌륭한 업적이 있지만 사생활에서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딱히 그렇게 궁금하진 않다(물론 이런 점도 중요할 때가 있지만). 다만 그가 연기한 수많은 인물들을 오랫동안 보면서 내 속의 뭔가가 커졌거나 억제되었을 수 있다. 그래서 대배우의 죽음을 슬퍼하는 건 단순히 팬의 감정만이 아니게 된다. 고인의 명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