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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 다시 The Waste LandREAD 2016. 4. 19. 08:44
역시나 4월이 되면 신문 기사 곳곳에 T. S. Eliot의 The Waste Land,
특히 "The Burial of the Dead"의 앞부분이 글의 문맥에 맞춰 등장함.
이런 사례들을 보면 영문학의 뿌리는 생각보다 저변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어떤 해석은 원전과 무관하지 않지만 어떤 해석은 좀 거리가...
하지만 80여년 넘게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된 시를 지금도 되살리면서
모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봄.
최근 눈에 들어온 몇 가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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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4·3 제주항쟁과 4·16 세월호 참사, 4·19 민주혁명, 5·16 쿠데타, 5·18 광주민주항쟁 등을 맞이해야 한다. 수많은, 비장한, 그리고 처참한 기념일들의 행렬은 우리의 봄이 아직은 결코 따스할 수 없다는 진실을 잔인하게 시위한다. 우리는 사실 아직까지 온전한 진실을 충분히 밝혀내지 못했고 혹독한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했으며, 그래서 희생자들을 위한 해원도 하지 못했고 과거와의 화해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던’ 지난 겨울이 더 따뜻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 처참한 기념일들이 상징하는 황무지를 딛고 일어서서 다시 꽃을 피우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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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고, 신동엽은 ‘4월은 갈아엎는 달’에서 ‘사월은 일어서는 달’이라고 읊은 바 있다. 흔히 종교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하지만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후배가 물었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실은 나도 그렇다고 대답하면 거기서 대화가 끝났을 텐데, 며칠 전 ‘당신의 한 표는 4280만원 가치’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읽었던 이야기를 해주며 후배에게 한마디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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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이런 기능이 있을까. 만약 특정 연령층의 집단 지성이나 선택이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선 뒤 수정을 모르거나 거부한 채 반복된다면 그 사회는 갈등 속에서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다. 고약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수명 연장은 과연 축복일까. 경제가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라면 생명 연장은 말라 죽는 고통의 기간 연장에 다름 아니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이 연작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에게 영생을 약속받았으나 젊음을 유지해달라는 소원은 잊었던 까닭에 점점 쪼그라들어 작은 단지 안에 기거하는 무녀의 소원은 ‘고통의 끝’이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생성의 순환이 없기에 만물이 소생하는 4월마저 ‘가장 잔인하다’는 생각은 바다 건너 살았던 옛 시인의 넋두리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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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의 시인 T S 엘리엇이 자신의 시 ‘황무지’의 서두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한 이후, 이 말은 자주 인용되곤 했다. 하지만 난 이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대지에 새로운 새싹과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4월은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의 의미가 봄의 생기를 잠식하며 서늘하게 다가온다. “약속된 시간이 끝난 뒤엔” 열심히 했으니까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갈 곳이 없는 청춘들에게 이 노래는 ‘벚꽃엔딩’의 낭만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공감이 서려있다.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4월은 분명 잔인한 계절이다. 청춘 세대의 힘겨운 길 찾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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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4월은 미국 태생 영국 노벨문학상 시인 TS엘리엇의 '황무지'같다. 시인은 황폐한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오르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황폐함. 한화의 4월도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모든 것이 엉망이다. 팀은 2승11패로 9위 KIA(5승7패)에 3.5게임 뒤진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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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2014.4.2 중강당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