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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논문이 나왔음. 드라마 안의 강북 공간에 대해서임.
더이상 새롭지는 않지만 이 드라마 (그리고 <김삼순> 등) 덕분에 일어난 '강북의 재발견'은
한동안 성북구와 종로구 일대에 내국인 관광객(?!) 붐이 일어남.
아파트 단지로 천편일률적인 강남지역과 달리 사람냄새가 나면서도
드라마 속의 비정형화된 강북 공간과 그 개성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킴.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강남을 대체하기 보다는 강남 및 아파트 개발로 충족되지 않은
자본주의적 소비의 욕망의 발로가 아닌가 하고 해석해봤음.
결국 저 안의 강북 역시 만들어진 현실로 봄. 정리해보니 뻔한 이야기처럼 들림. -_-
약 7년 전 작품인데 이후 자본의 힘이 강북 지역을 광범위하게 상업화시킨 듯함...
한 가지 덧붙일 점은 내 논문 중 드물게 영어로 쓰였음.
한국학자가 한국에서 한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쓰는 논문은 원칙적으로 한국어야만 함.
다만 이 논문은 조건상 전제조건이 있었고 본래 해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려던 취지도 있었음,
한국어로 된 논문도 독자층은 매우 적을 것이기에 대학원생, 관심있는 학부생들도
(내 것 말고 -_-) 좋은 국내논문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함.
다른 학교, 다른 영역 두 선생님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한국어 논문, 한국어 학술서적에 대한 국내 내수 정도가 매우 낮음. 인구 적은 것도 한 요소임.
우리끼리 서로 안 읽고 외면하면 궁극적으로 국내 학술계의 위축을 가속화할 것임...
아래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몇몇 장면들.
종로와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당을 본 후 시청자들이 저 공간의 위치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함.
한결의 옥탑방. 서울 만화애니메이션 센터 위에 지어져 드라마 종영 후 철거됨.
세트가 만들어진 장소 자체가 비현실적인 세계를 다루는 곳임.
실제 공간이었던 한성의 부암동 집. 마당에서 보면 서울의 집으로 보기 어려움.
실내에서 찌개와 와인을 먹는 장면을 보고 문화적 혼종성에 한 대학원생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함.
잘 알려진대로 본디 미술관 관장이 소유하던 이 공간은 현재 산모퉁이 카페가 됨.
예술가 유주의 집. 남자 주인공 한결, 한성과 달리 밀폐된 공간 내에서 최대한의 공간 확장을 보임.
세트이긴 하지만 <커피프린스> 연출자 집과 유사하다고 함.
복층구조로 1층의 작업실, 2층의 침실과 같은 공적, 사적 공간이 한 장면에 종종 들어옴.
주인공 은찬의 집. 은평구에 실제 위치했다고 함. 다른 주인공과 달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유주처럼 집 내부에서 일을 하지만 인형 뜨개질과 밤까기처럼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수준임. 내부 공간은 세트.
원래 왕자 커피숍을 커피프린스 카페로 변환시키는 장면. 강북의 재건축, 재개발과 연계해봄.
커피프린스 카페의 상업적 색채를 누그러뜨린 유주의 벽화
배달하는 주인공 은찬의 피곤한 삶을 가리는 강북의 숲.
숲이 우거진 강북의 어느 어린이 놀이터 속 한결과 유주.
은찬을 제외한 주인공들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는 공간 외에 라이프스타일, 직업, 옷차림 등으로 시각화됨.
가령 주인공들의 구매력과 소비력이 자동차로 드러남. 2012년에 처음으로 수입차가 국내에서 10% 점유율 통과.
2007년 당시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던 한성의 차 닛산 큐브. 그래서 운전석은 일본에서처럼 오른쪽.
강북을 누비기에 적당한 크기의 한결의 미니. 지금은 많이 눈에 들어오지만
당시 수입차 내에서도 1.7% 점유율을 거둘 정도로 희소성이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