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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문과에 있어 영어와 불가분의 특수한 관계를 지님.
영문과이기에 영어를 쓰는 (써야 하는) 행위에 당연한 면이 없지 않음.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하나의 외국어가 아닌 권력의 언어이기에
그 사회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음.
영어를 못하면 창피하지만 한국어 못하면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이 현실.
관련하여 우연히 읽게 된 글 하나.
전문은 여기: 영어 망국병은 병이 아니라 사기다
하지만 우린 자신의 초라한 영어 실력을 자책하며 영어 공부를 계속합니다. 아침 라디오를 들어도, 거리의 광고를 봐도 온통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반복합니다. 옆집 애도 연수 갔다 오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뿐입니까? 티브이 쇼를 봐도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가수가 나옵니다. 영어를 못하면, 내 잘못인 듯하고 자괴감은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이건 사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기당한 것입니다.
영어는 우리말과 완전히 다른 언어체계이자 사고체계이기도 하고, 하나의 문화입니다. 문법을 익히고 회화를 연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제 영어의 밑천은 대학원 수업이었습니다. 영어로 글을 쓰고 토론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식 사고와 문화를 익혀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영어선생이었던 셈이죠. 두 시간 죽어라 공부하고 나머지 22시간, 꿈까지 한국말로 꾸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불가능한 것을 하려니 다들 힘들고 괴롭고 돈만 듭니다. 영어는 여건이 되는 사람만, 필요한 사람만 하면 되는 것이죠. 산책을 즐기면 되지 모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한국 사회는 성공하려면 무조건 영어를 하라고 강요합니다. 심지어 동양철학을 공부하려고 해도요. 말도 안 되는 것을 왜 강요하느냐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사전에 막는 것은 강요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너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사탕발림은 그들의 가장 큰 무기이자 당하는 사람들에겐 처절한 사기입니다.
그들은 영어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미국 교육으로 승진하거나 남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권력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영어로 이미 득을 본 사람들이고 자식들에게 미국 문화를 통째로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사회 전체의 영어 숭배가 자기들의 이익인 셈이지요.